관람자들 1. 한지에 채색, 112x162cm, 2019

관람자들 2. 한지에 채색, 112x162cm, 2019

관람자들 3. 한지에 채색, 112x162cm, 2019

관람자들 4. 한지에 채색, 112x162cm, 2019

관람자들 5. 한지에 채색, 112x162cm, 2019

관람자들 6. 한지에 채색, 112x162cm, 2019

관람자들 7. 한지에 채색, 130x200cm, 2019

관람자들 8. 한지에 채색, 97x145cm, 2019

관람자들 9. 한지에 채색, 32x41cm, 2019

관람자들 10. 한지에 채색, 200x240cm, 2019

관람자들 ​

어떤 장소, 사건, 그리고 사람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 무관심한 (가끔 놀라고, 또 쉽게 잊고, 먼 산 불 보듯 하는) 태도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회에 깊게 고착되어 있다. 먼 곳에서 발생한 위험한 상황들이 무심히 구경하는 사이 나의 안식처를 위협할 수도 있음을, 혹은 그곳에 나와 관련 있는 누군가가 아무도 모르게 숨이 잦아들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중요한 것은 이런 생각들은 내 눈 앞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면 누구도 진심으로 공감하고 아파하지 않으며, 지금도 여전히 그런 눈으로 세상을 본다. 그저 그들의 일이고 그들의 고통일 뿐이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다. 어제까지 일하고, 산책도 하고, 생활하던 공간들이 한 순간에 돌무더기 같은 무덤으로 변한 현장에서 허둥대는 사람들, 불안과 공포의 바다에 빠진 눈망울, 언제 숨이 멎을지 모르는 산 자와 죽은 자의 구분이 사라진 상태, 이유도 모르게 원치 않는 상황에 놓여 진 사람들의 현실을 우리는 지면이나 통신매체를 통해 보고 들어도 그저 바라만 볼 뿐이다. 모두 영혼 없는 관람자들이다. 누구에게나 이렇게 최소한의 준비나 계획을 세울 겨를도 없이 예기치 못한 사건이나 상황에 놓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기적인 집단의식이 만들어낸 삐뚤어진 신념은 세계 곳곳에서 죄 없는 이들의 터전들을 파괴하고 사라지게 한다. 사람들이 만든 정치, 문화, 종교적 의식들은 항상 소수의 권력에 의해 움직였고, 그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까닭모를 희생을 감수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수집한 자료들 속에는 존재를 위협받는 상황과, 두려움과 공포로 가득한 현장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10년 가까이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사람 없는 풍경을 주제로, 인간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는 삶의 장소들을 기록적으로 수집하고 관찰하는 관람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던 작가였다. 개인적으로 사람이 사람을 공격하고 파괴하는 행위들을 굉장히 혐오한다. 그럼에도 평등하게 공존해야 하는 사회에서 작가에게 주어진 책무에 따른 삶의 무게를 덜어내야 했으나, 그 동안은 또 다른 압박감과 두려움으로 시도해 볼 용기를 내지 못하고 뒤로 뒤로 미루어 두었었다. 윤리적인 타자인식에 관해 레비나스(Emmanuel Levinas,1906-1995)는 인간이 집을 짓고 거주하며, 노동하는 것은 인간이 자기 긍정, 자기 자신의 독립성을 실현하기 위한 조건이라고 했다. 이렇게 어떤 외부의 강제된 조건에도 억압받지 않고 살아갈 권리가 있는 사람들에게 불가항력적이고 폭력적인 상황은 그들의 모든 삶의 현실과 정신을 파괴한다. 또한 레비나스는 타인이 곤궁함과 무기력한 무력에 노출될 때 내 자신은 부당한 부와 권리를 향유하고 있는 죄인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그들에게 당면한 상황들은 내가 부딪쳐야 할 것이었을지도 모르는 것 일 수 있기 때문이며, 나를 대신해 타인이 고통 받고 있다고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가 수집한 자료들 속, 사람들은 모두 고난의 현장 안에 있다. 그들은 지금도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과 내전, 천재지변에 따른 고통 속에서 살기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

 

관람자들이라는 제목으로 완성된 작품들은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으려는 사람들, 전쟁으로 불타고 있는 자신들의 터전을 바라만 봐야 하는 사람들, 내전으로 부상당한 병사들이 누워있던 벌판에 놓인 침대를 지키는 병사,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치, 사회적인 문제들로 일방적인 내몰림을 당해 막막한 땅위에 임시거처를 마련하고 기약 없는 삶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모두 살아 있으나 현실은 그들을 이름 없는 사람들로 만들고 말았다. 이런 현장의 풍경들은 간접 경험 일지라도 내 자신의 불의와 죄책에 대한 경험과 분리할 수가 없는 부분이다. 따라서 이번 전시를 통해 인간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평등한, 모든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가 되어야 하며 ‘나’라는 존재가 ‘당신’일 수 있으며, ‘당신’이라는 존재가 ‘나’라는 존재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게 되길 바란다. 타인들의 불가항력적인 고통의 순간들을 관람자의 시선으로 관망하는 태도가 아닌, 타인들의 처지에 공감하고 최소한의 인간에 대한 예의 와 존중의 마음을 작품을 통해 느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더불어 곤궁하고 무기력한 사람들의 현실을 표현한 작품을 관람하는 관람자들이 그간의 타인의 고통에 대한 무관심과 방관(예를 들면 폭력적인 상황에 대한 공포나 자연재해에 대한 두려움과 무기력함)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측면으로 숙고할 시간을 갖게 되길 바란다.

2019.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