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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aze lens-01  117x91cm 장지에 채색 2023.jpg

Haze lens-01  117x91cm 장지에 채색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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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ze lens-02  117x91cm 장지에 채색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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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ze lens-03  117x91cm 장지에 채색 2023

4. Haze lens-04  117x91cm 장지에 채색 2023.jpg

Haze lens-04  117x91cm 장지에 채색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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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ze lens-05 117x91cm 장지에 채색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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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오래된집-만석동2023 162x454cm 장지에 채색 2023.jpg

오래된집-만석동2023 162x454cm 장지에 채색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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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rplate-04 41x32cm 장지에 채색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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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어떤것들-01 41x32cm 장지에 채색 202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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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어떤것들-04 41x32cm 장지에 채색 2023.jpg

어떤것들-04 41x32cm 장지에 채색 2023

사라지는 장면들

Disappearing scenes

 

사라지는 모든 것은 이름이 있다.

1. 길 위의 풍경은 시간만큼 빨리 지나간다. 그래서 온전한 모습을 눈으로 볼 수 없다. 원형 그대로의 풍경은 왜곡되어 흩어지고, 잔상으로 남은 풍경과 사물은 안개처럼 흐려져 그 안에 무엇이 존재하는지 알 수 없게 된다. 자신의 몸과 그것의 그림자처럼 남아 있는 흐려진 형상은 볼 때마다 조용한 침묵과 억지로 잊으라는 강제된 망각으로 가슴에 하얀 응어리를 만든다. 이번 전시는 잊혀져 가는 존재들의 이름에 관해, 우리의 무의식이 멈춰버린, 흐르는 시간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모두의 일상에 관한 이야기다. 스치는 풍경 속에 의식하지 못하는 존재의 사라짐이 잠식되어 있다. 그리고 그런 길을 따라 나는 한참을 걸어 다녔다.

 

2. 물의 주름에 일그러진 돌처럼 이름은 번지고, 희미해지고, 이제 서서히 사라진다. 공기의 움직임은 느리고, 존재의 기억도 천천히 소멸한다. 2022년 가을, 완전히 사라진 이름들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붉은 흙더미 아래로 잠긴 나의 발자취를 보았다. 10년 전 대단한 목적을 가진 움직임은 아니었으나, 흔하고 작은 서사를 발견하려는 나의 행위는 그로부터 몇 년간 이어졌고, 미로 같은 골목골목을 계절을 달리해 산책했다. 찬 공기에 시야가 흐려지기도 하고 비가 내리면 사물 전체가 흔들렸다. 존재 자체가 존재인 사물 – 문패는 숫자로 명명된 집과 함께 사라지고, 그 위를 거대한 덩어리가 자리하고 있었다. 알고 있다. 어떤 존재는 이렇게 소멸되기도 한다. 하지만 나의 평생 찍은 사진이, 매일 감정에 휘둘려 써 내려갔던 일기장이 어느 순간 불에 타 날아가 버린 것처럼 아픈 마음이 생겼다. 사람들에게는 가끔은 잊지 못할 기억도 있지만 그 기억의 유효기간은 한정적이다. 망각위로 쌓이는 이야기는 다시 망각이 되고 또 다시 이야기는 만들어진다. 망각은 순환한다.

선명했던 것들이 흐릿한 기억으로 덮이고, 현재의 시간은 뿌연 창문 너머로 어두워진다. 필터를 끼고 풍경을 보거나 눈을 작게 뜨고 일부러 흐리게 보려는 시도는 풍경과 사물을 부서지게 한다. 미세한 분자가 모여 하나의 덩어리를 만들지만 그것이 사라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산처럼 거대한 붉은 흙더미 안에 저장된 기억은 아직 살아 있다. 하나씩 꺼내 박제된 형상들의 시간을 그려본다.모든 시간은 흘러갈 것이고 과거의 과거도, 현재의 현재도, 그리고 미래의 시간도 다시 과거가 된다. 시간의 흐름에 관한 이야기를 화면에 담고 싶은 생각에 과거의 작업과 현재의 작업에서 시간성을 포착한 작업에 관해 고민했고, 이번 작업에서 표현된 풍경의 시간 속에 남아있는 사물과 흔적을 또 다른 흔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3.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는 자신의 영화 <거울>을 개봉하고 사람들의 소중한 것들에 관한 진실을 말하고 싶다는 소망으로 만든 영화가 영화 속 감춰지고 암호화된 다른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그 의미를 찾으려는 관객들의 시선을 불편해 했다. 나의 작업에 대한 태도와 소재에 관한 이야기도 가끔은 이런 선상에 놓이곤 했다. 있는 그대로의 삶을 쉽게 이용하고 있다는 말을 나는 마음으로만 흘려 듣고 또 떠나 보내고 괜찮아져야 했다. 사람들은 개인적인 서사를 통해 만들어진 생각을 바탕으로 숨어 있는 어떤 것을 찾아내는 것이 자신의 정서적, 지적인 사고의 표현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사물을, 주변의 풍경을, 그리고 어떤 현장을 표면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거부반응을 나타낸다. 마치 시각 기능을 차단하는 간유리를 들여다보듯 자신만의 장막을 치고 주변을 평가한다. 기억하지 않으려는 풍경, 기억되지 않는 풍경, 보았으나 보지 못한 풍경, 알고 있지만 방관하거나 생각을 왜곡하는 태도, 이 모든 것이 흐린 유리 너머로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형상처럼, 사람들이 세상을 대하는 태도 또한 그러하다. 그러나 스치는 풍경 속에 숨어 있는 어수선한 움직임처럼 선택적인 생각과 일부러 보지 않으려는 어떤 태도들 또한 존중한다. 시각적인 시간의 속도와 빨리 사라지는 풍경, 왜곡되고 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것, 보이는 대로 보이는 사물의 느린 움직임은 여전히 만석동의 오래된 집처럼 변함없는 태도로 곤궁하지 않은 타인들의 삶을 계속 이야기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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